9.
꼭 대충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믿고 있었다.
AI를 만나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설렁설렁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면 물어봤다.
이해가 안 되면 더 쉽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여기에 함정이 있었다.
너무 자세하게 알려고 하면 끝이 없다.
AI는 백과사전처럼 끊임없이 설명해준다.
그것도 불평 한마디 없이 계속 설명해준다.
웹 사이트를 만들다 보면 모르는 게 끝없이 나온다.
서버가 궁금해서 물어본다.
설명을 듣다 보니 DNS라는 게 나온다.
DNS를 물어보면 IP 주소가 나온다.
또 다른 걸 물어보면 또 모르는 게 나온다.
줄줄이 감자 캐듯 모르는 게 딸려 나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곳에 와 있다.
잠깐만.
나는 누구고, 뭘 하려고 했지?
그때부터 기준을 하나 만들었다.
내가 지금 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이해한다.
서버?
내 웹 사이트를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주는 데 필요한 것.
일단 그 정도.
DNS?
내 도메인을 웹 사이트가 있는 곳으로 연결해주는 것.
일단 그 정도.
더 깊은 내용이 정말 필요해지면 그때 다시 물어보면 된다.
AI는 언제든 다시 물어볼 수 있으니까.
예전에는 뭔가를 시작하려면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하고,
이해하고,
준비하고,
그다음에 시작한다.
그런데 AI와 일할 때는 순서가 달랐다.
전체 구도를 확인한다.
일단 한다.
모르는 게 나오면 물어본다.
필요한 만큼만 이해한다.
그리고 다시 한다.
대충 이해한다는 건 대충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큰 그림을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