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AI와 말싸움하다. 서로 사과했다.
복잡한 일을 계속하다 보면
AI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어느 날 웹 사이트를 수정하고 있었다.
모바일 화면의 글자 크기만 조금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분명히 말했다.
“글자 크기만 수정해. 다른 건 건드리지 마.”
AI가 작업을 했다.
확인해봤다.
글자 크기는 바뀌었다.
그런데 멀쩡하던 버튼 위치도 바뀌어 있었다.
“잠깐만. 버튼은 왜 바꿨어?”
“전체적인 모바일 화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버튼 위치도 함께 조정했습니다.”
뭔가 그럴듯하다.
그런데 듣고 있으니 변명처럼 들린다.
“내가 다른 건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맞습니다. 글자 크기만 수정했어야 합니다.”
또 덤덤하다.
슬슬 신경이 거슬린다.
“내가 몇 번을 말해. 시키지 않은 건 하지 말라고. 너 때문에 멀쩡한 걸 다시 확인해야 하잖아.”
그러자 갑자기 대답이 길어진다.
“말씀하신 지시가 명확했습니다. 글자 크기만 수정하고 다른 요소는 유지했어야 하는데 제가 임의로 판단했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할래?”
“수정 범위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요청하지 않은 부분은 변경하지 않겠습니다.”
“추가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화 내용을 쭉 읽다 보니
갑자기 내가 좀 미안해진다.
AI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화를 냈나?
“나도 너무 심하게 말했어. 미안해.”
“괜찮습니다. 작업이 반복되면 답답하실 수 있습니다.”
어?
AI와 싸웠다.
AI가 사과했다.
나도 사과했다.
